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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3. 전청 님

경제학 공부만 6년, 대기업 엔지니어가 첫 직업이 되다.
IBM듣고 깜짝 놀란 니꼬
안녕하세요 전청님~ 무려 대기업에 한방에 취업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올해 만 서른살 된 전청이라고 하고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찬가지로 경제학과를 졸업을 했습니다. 취업을 일본에서 하기로 마음을 먹고 보니까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은 일이 컴퓨터와 관련된 일이었어요. 마침 IT쪽이 핫해지고 있던 시기였는데 원래 컴퓨터를 좋아하기도 했고, 금융계보단 IT업계를 들어가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이쪽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게, 한국 같은 경우는 비전공자가 IT회사를 들어간다 그러면 사실 좋은 회사를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전공자를 더 선호하는게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의 대기업들은 그런걸 잘 신경을 안쓰더라고요. '오면 가르치면 된다!'는 마인드가 강해요. 그래서 제가 가진 스펙에 비해서는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IBM에 19년도에 입사해서 벌써 3년을 일했네요.
일본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서 지냈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친해진 친구들이 대부분 일본인이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조금 배운 가닥이 있어서 간단하게 일본어로 대화도 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일본에 관심이 많아지고 일본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일본에 어떻게 갈까 고민을 해봤는데, 바로 일본에서 취업하기는 힘들 것 같고, 그럼 대학원을 일본으로 가보자! 했죠. 계획대로 잘 되어서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을 하셨다고..?
일본이 취업을 준비하는게 굉장히 빠르거든요. 대학교를 예로 들면 한국에선 보통 4학년부터 취업 준비를 하잖아요? 일본은 3학년부터 준비를 해요. 대학원은 대학원 1학년때부터 준비합니다. 그래서 저도 대학원을 들어가자마자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니까 지루한건 하기 싫어서 '내가 최대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죠. 어릴때부터 컴퓨터로 이것저것 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컴퓨터 조립하는 것도 좋아했어서 그럼 컴퓨터를 다루는 직종이라면 그래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겠다 싶어서 IT업계를 목표로 하게 되었어요. 18년도 즈음부터 IT가 굉장히 핫한 분야로 떠올랐는데, 그 때부터 일본도 개발자들을 많이 뽑기 시작했어요. 한국 개발자들이 일본으로 많이 넘어오기도 했고요. IT분야가 점점 커지는게 체감되고, 일본이 예상 외로 이쪽에서 많이 낙후되어있는 곳이라 기회도 훨씬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럼 실제로 겪어본 일본의 IT업계는 어떤가요?
일본의 IT업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기존에 IT서비스를 하던 회사들. 예를 들어서, 소프트뱅크라던지, 도코모, 후지츠, 이런 회사들이 기존 회사들이에요. 그리고 정반대 느낌의 새로운 회사들, Line이나 Paypay 등등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들이 있어요. 소위 유니콘 기업이라고 부르는데, 기존에 있던 회사들이랑은 정말 상반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유니콘 기업은 해외에서 사람들을 많이 고용을 하고, 사내 공용어가 영어인 경우가 되게 많구요, 대부분 시작할 때 실리콘밸리에서 사람을 데려와요. 그런 곳은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랑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코딩테스트 난이도도 비슷하고, 연봉 수준이라던지 사내 문화같은 것들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좋은 곳으로 인식 되어 있어요. 그에 반해서 기존에 있던 회사들은 한국의 SI회사들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일본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고, 일은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일본으로 처음 취업을 오시는 분들은 기존에 있던 회사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비교적 허들이 더 낮으니까요.
일본의 IT업계가 무조건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유니콘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한마디로 미래가 완전 우울하지는 않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지금 일하고 계신 곳이 유명한 대기업인데요. 일해보니 어떤지 궁금해요!
저희 회사는 약간 중간단계라고 해야하나?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까 회사 운영 방침같은 건 미국 본사에서 내려와요. 그래서 문화는 미국식인데 실제로 일하시는 분들은 다 일본인이고 주로 상대하게 되는 고객들도 일본인이죠. 은행이라던지 보험이라던지 그런 회사들이 주 고객이라서 사내에 보수적이고 딱딱한 문화가 존재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노력과 성과를 어필해서 승진을 해나가는 문화가 공존해요. 잘 알려진 일본 기업문화로 연공서열이라는게 있는데 몇년차가 되면 저절로 승진하고, 무조건 연차가 높은 사람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요. 그런게 일본식인데 저희 회사는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년차에도 승진을 할 수 있거든요. 미국식 기업 문화에 일본 사람들이 맞춰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청님이 하시는 업무가 궁금합니다.
(인프라 스트럭쳐 엔지니어)기반쪽 엔지니어를 하고 있고, 그 안에서도 SRE(Site Reliability Engineer)라는 것이 있어요. 원래 구글에서 생겨난 직종인데 여기저기 전파가 많이 되었고 저희 회사도 도입을 하려고 노력중이라서, 명함상의 직종은 SRE로 되어있습니다.
노마드 코더는 웹개발 관련 강의밖에 없는데,, 어떻게 알게 되신건가요?
제가 개발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보니까 개발쪽 지식이 많이 부족했어요. 개발을 알아야 기반에서도 개발 쪽으로 도움을 줄 수 있기도 하고, 다른 파트와 회의를 할 때 서로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개발 공부를 해야겠어서 찾다 보니까 노마드 코더를 알게 되었죠. 개발에 대한 걸 전반적으로 해볼 수 있어서 좋겠다! 하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요즘 업계 트렌드를 보면 데브옵스 개발자가 기반쪽 지식을 가지고 관리하는데, SRE도 사실 기반쪽을 코드로 관리하는 방식이거든요. 지금까지는 손수 수작업으로 커맨드 입력하는 작업이었는데, 이제는 코드를 작성해가지고 관리하는 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코드를 모르면 기반 쪽도 하기 힘들어지는 추세입니다. 겸사겸사 해서 배워두면 좋겠다 해서 시작한거죠. 거의 입사하고 나서부터 노마드 코더를 알았어요.
요즘에도 공부는 계속 하고 계신거죠?
네, 요즘에는 줌 클론코딩을 하고 있어요. 사실 친구랑 포트폴리오 용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지금은 스스로 서비스 만들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고, 요즘 시대에 한 회사 평생 다니는 것도 힘들구요. 나중에 저만의 서비스를 만들어서 독립을 하는 것도 어느정도는 생각을 하고있기 때문에..ㅎㅎ 시작은 사이드로 해서 잘 되면 창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창업으로 독립을 하게 되면, 그 서비스가 미국 위주라면 미국, 한국 위주면 한국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독학하면서 어려우신 점은 없으셨나요?
실질적으로 업무에서 실무자들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이런게 이렇게 쓰이는 거구나~ 하고 도움이 된 부분이 있어요. 독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본업이 있으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실텐데, 번아웃이 옵니다. IT업계 분위기가 일도 하고 여가 시간이 생기면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를 또 하고, 자격증을 딴다던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게 일상화 되어 있잖아요. 그게 어떤 의미에서 보면 번아웃이 오기 쉬운 구조인 것 같더라고요.
저같은 경우는 작년 말에 번아웃이 크게 왔었는데, 무기력증이 와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마음 한 켠에서는 계속 걱정을 하는거에요. 저거 해야되는데.. 저거 미리 해놔야되는데.. 하지만 몸이 지쳐서 의욕이 안생기는거죠. 안되겠다 싶어서 연말연시 휴가에 개인적인 휴가를 붙여서 2주를 쉬었어요. 하루종일 주구장창 WOW만 했어요. 2주간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밥먹고 게임하고 자기만 하면서 일적인 건 아무것도 신경을 안썼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까 슬슬 뭔가 하고싶고, 코딩도 좀 하고싶고 그런 의욕이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훨씬 마음도 편하고! 팁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쉴거면 확실하게 쉬어야 해요.
맞아요, 쉬려면 확실하게 쉬어줘야 합니다 ㅎㅎ 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계신데, 전청님의 스택이 궁금해요!
일단은 노마드 코더에서 강의를 듣다 보니까 Node.JS랑 리액트는 다룰 줄 알게 되었고요, 현업에서 Go를 쓰고 있어서 Go언어도 조금 합니다. 요즘 컨테이너 관리 관련해서 Go를 많이 쓰고 있어요. 기반도 클라우드로 옮겨가는 분위기라서 AWS/GCP도 하고,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가 대세다 보니 도커랑 쿠버네티스도 쓰고 있죠. 최근 프로젝트는 CICD 관련 업무가 많습니다.
일본 취업에 관심있어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요, 그쪽 분야에 대해 더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본의 IT업계는 한국보다 훨씬 취업하기가 쉽죠. 회사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코딩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조차도 '잘 할 것 같다~' 싶으면 합격시켜서 6개월 정도 연수를 시켜요. 열심히 가르친 다음 현업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은 정말 취업하기 좋은 곳이죠.
제가 한 가지 일본 취업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한국에서 국비지원으로 수업 듣는 분들이 많잖아요? 6개월정도 개발언어 배워서 건너 오게 되면 오히려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요. 일본 회사들은 기술력 보다도 일본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적응력 같은걸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한국에서 바로 넘어오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대학원을 일본에서 나오신다던지, 전문학교라도 일본에서 잠깐 다니시고 나서 취업을 준비하시는걸 추천드려요. 그래야 좋은 회사 풀이 많이 열립니다. 현지에 와서 학교를 다닌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랑 한국에서 바로 넘어오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차이가 엄청 큰거죠.
면접이나 채용 프로세스가 복잡하지 않나요?
한국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이직 면접을 두 번 봤는데, 한 번은 한국, 한 번은 일본 이었는데, 둘 다 AWS였거든요. 그런데 일본 쪽이 허들이 훨씬 낮았어요. 질문도 왜 이런 것까지 물어보지? 하는 것 없이 깔끔했구요. 확실히 일본 조직에 잘 적응 하겠구나~ 라는게 보이면 채용에 불리한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죠? 연봉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요
일본이 기본적으로 연봉이 더 높기는 하죠. 그런데 한국에서 채용 연계형으로 넘어오시는 분들은 한국의 중소기업이랑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연봉 3000~3500정도로 알고 있어요. 한국보다 더 많이 받는 건 맞지만 도쿄 같은 경우에는 월세가 7~80만원에서 100만원이 평균인데다 물가가 더 비싸서 돈이 많이 필요해요. 월세가 저렴한 곳에서 살려면 멀리까지 가야되는데 그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옥철을 타야 하죠.
참고로 저는 신주쿠에서 월세가 100만원이나 하는 8평짜리 집에서 살고 있답니다. ^^;; 재택근무를 시작해서 조만간 조금 멀리 이사를 갈 계획이에요.
아무튼 그렇게 일본으로 취업해서 오셔서 자기계발,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하셔서 중견기업으로 이직하는 케이스도 보긴 했어요. 중견기업은 연봉도 훨씬 높고 복지도 좋은 편이거든요. 신입이 4천500에서 5천정도 나오니까. 이직을 하면 그것보다 높게 받을 수도 있고요.
전청님도 입사하면서 연수를 받으셨나요?
저희는 3개월정도 연수를 받았어요. 맨땅에 헤딩으로 들어오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긴 해요. ㅎㅎ
아까 한국에서 바로 넘어오는 케이스를 말씀드렸는데, 일본에서 학교를 다닌 후 취업을 하시면 정말 좋은 회사 들어가기가 쉽거든요. 한국 영어 수준이 일본보다 높은 편이라서 더 유리한 부분이 있어요. 일본 취준생들 평균 토익 점수가 500점대인걸로 알고 있어요. 영어 점수 아예 없이 들어온 애들도 있고요. 이게 저희 회사 얘기에요. 저희 회사에 유명한 학벌 가진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영어 수준이 그 정도에요. 기본적으로 일본어 할 줄 알고, 일본 문화에 적응도 잘 되어있는 상태이고, 외국어도 잘하고, 컴퓨터도 많이 다뤄봤다 하면 정말 어렵지 않습니다.
더 해주고 싶으신 말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본 취업 고민하시는 분들 많은 걸로 아는데, 일본에 와서 한번 살아보시고 본인과 맞는지 확인을 먼저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일본에 녹아들지 못으면 살기 힘든 나라이기는 하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살다 보니까 장단점이 딱 보이더라구요. 비교적 쉽게 녹아든 것 같아요.
제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일단은 완전 재택인 회사로 이직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고 싶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이 다 한국에 있으니, 한국도 자주 가고요. 회사만 일본 회사를 다니고, 노마드처럼 전세계를 돌아다니는거죠. 굳이 일본 회사에 남으려고 하는 이유는 일본 기업 문화가 좋아서 그래요. 사생활 터치를 전~혀 하지 않거든요. 월급을 엔화로 받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구요.
모쪼록 다들 원하시는 기업에 취업 성공하시길 바래요!
차분하고 즐거운 인터뷰~